연기입시 가이드

체호프 독백

지정희곡 '바냐 아저씨'와 배역 고르는 법

연기 입시 대본을 찾다 보면 체호프는 반드시 한 번은 만난다. 저작권이 만료돼 전문을 그대로 연습하고 시연해도 문제가 없고, 무엇보다 학교 지정작품 목록에 실제로 올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잡아보면 셰익스피어보다 훨씬 손이 안 간다는 학생이 많다. 대사에 사건이 없어 보여서다.

지정작품 목록에 들어 있다

세종대학교 연기예술전공은 2027학년도 2단계 지정연기를 일곱 편 중 역할·장면 선택으로 치르는데, 그 안에 바냐 아저씨가 있다. 오이디푸스 왕·맥베스·인형의 집과 같은 줄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인천대학교는 지정작품 여섯 편 중 하나로 바냐 아저씨를 두고, 자유연기 2분을 이 목록 안에서 고르게 한다. 한양대학교의 전년도 목록에도 같은 작품이 들어 있었다. 학교별 당해 목록은 해마다 바뀌니 지정희곡 총정리세종대·인천대 페이지에서 요강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체호프가 어려운 진짜 이유

체호프의 인물은 자기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힘들다는 말 대신 날씨 얘기를 하고, 화가 났을 때 항목을 세듯 조목조목 따진다. 그래서 대사만 읽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실기에서 이 지점이 그대로 함정이 된다. 사건이 안 보이니 학생들은 대사에 감정을 얹어 크게 만든다. 울거나 소리치면 뭔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호프의 장면은 말하는 사람이 자기 상태를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을 때 살아난다. 세 자매의 안드레이가 누이들에게 첫째·둘째·셋째로 항목을 매겨 변명하는 대목이 그렇다. 차분하게 정리하는 말투를 유지할수록, 집을 저당 잡혔다는 고백이 뒤늦게 무겁게 떨어진다. 처음부터 무너진 사람으로 시작하면 이 낙차가 사라진다.

배역은 나이가 아니라 결로 고른다

체호프 인물은 대부분 30대 이상이지만, 십 대 후반 수험생이 못 할 배역은 아니다. 나이를 흉내 내려 목소리를 낮추는 대신, 그 인물이 무엇을 포기했는지를 정하면 된다.

작품배역장면의 결
바냐 아저씨바냐(남) · 소냐(여)인생을 잘못 걸었다는 뒤늦은 자각
세 자매안드레이(남) · 마샤(여)변명과 체념 사이의 말
갈매기뜨레플레프(남) · 니나(여)재능에 대한 불안과 버티는 힘
벚꽃동산로파힌(남) · 라네프스카야(여)계급의 뒤집힘, 현실 부정
곰 · 청혼스미르노프(남) · 뽀뽀바(여)단막 소극, 빠른 말싸움

장편 네 편이 부담스럽다면 단막인 곰과 청혼을 먼저 보는 편이 낫다. 분량이 짧아 전막을 하루면 읽을 수 있고, 리듬이 빨라 1분 실기에도 잘 맞는다. 체호프를 어둡고 느린 작가로만 알고 있던 학생에게는 특히 도움이 된다.

2분으로 자를 때의 기준

체호프 대사는 길고 옆으로 새기 때문에 발췌를 잘못하면 무슨 말인지 전달되지 않는다. 자를 때 기준은 하나다. 시작과 끝 사이에 인물이 한 번 이상 말을 바꾸는가. 같은 태도로 시작해 같은 태도로 끝나는 토막은 아무리 유명한 대사라도 심사위원에게는 낭독으로 들린다. 대본 고르는 전반적인 기준은 독백 고르는 법에 정리해 뒀다.

전막을 읽지 않고 발췌만 외우면 이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정작품으로 나온 학교는 대부분 전막 파악을 전제로 질의응답을 붙인다. 체호프는 그 질문에 가장 잘 걸리는 작가이기도 하다.

작품별 배역과 전문은 비움스튜디오 독백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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