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포인트 — 예언은 설명이 아니라 발작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실제로 보는 눈을 먼저 만들고, 코러스를 향한 호소와 혼잣말을 분명히 갈라놓을 것. 한예종·경기대 계열 그리스 비극 지정작 대비용.
독백 전문
(왕궁 문 앞에서 물러서며) 아, 또 온다. 예언의 불이 또 내 안에서 타오른다.
저기, 저 집 앞을 보세요. 어린 것들이 앉아 있어요. 꿈속의 아이들처럼, 제 손으로 제 살을 받쳐 들고. 아비가 받아먹은 그 고기를요.
이 집은 도살장 냄새가 납니다. 마르지 않은 피 냄새.
(코러스를 향해) 여러분은 왜 아무 말도 없으신가요. 내가 헛소리를 한다고 여기시나요.
잘 들으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안에서는 물이 데워지고 있어요. 몸을 씻을 물이 아니라 수의를 적실 물이.
암사자가 늑대와 잠자리를 하고, 사자가 없는 사이에 이빨을 갈았습니다.
그 여자가 웃으며 문을 열 거예요. 반가운 얼굴로, 두 팔을 벌리고.
그물이 던져집니다. 도끼가 두 번, 세 번.
트로이를 무너뜨린 사람이 제 집 욕조에서 죽습니다.
(예언자의 지팡이와 화관을 벗어 던지며) 이건 이제 필요 없어. 아폴론, 당신이 내게 준 건 보는 눈이었지 믿게 하는 입이 아니었죠.
아무도 나를 믿지 않아요. 그래도 상관없어요. 올 것은 오니까.
그리고 그다음 차례는 나입니다.
(문 쪽으로 걸어가며) 갑시다. 죽는 건 무섭지 않아요. 다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 그것만이 억울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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