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작가 지정과 다섯 작품 배역 고르는 법
연기 입시 대본을 찾다 보면 입센도 체호프 못지않게 자주 걸린다. 저작권이 만료돼 전문을 그대로 쓸 수 있는 데다, 동국대학교처럼 아예 작가를 지정해 놓은 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는 지정연기 항목에 헨릭 입센 작품 중 택1이라고 못 박아 둔다. 특정 작품 한 편이 아니라 작가 전체를 열어 두는 방식이라, 어느 작품에서 어떤 배역을 고를지가 온전히 수험생 몫이다. 세종대학교는 반대로 인형의 집 한 편을 지정희곡 목록에 넣어 두었다. 두 학교의 방식이 다른 만큼 준비 방향도 달라진다 — 학교별 당해 요강은 동국대·세종대 페이지와 지정희곡 총정리에서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입센은 한 가지 톤으로 묶이지 않는다. 사실주의 가정극부터 방황과 구원을 다루는 이야기까지 폭이 넓어서, 작품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배역을 고르는 순서가 맞다.
| 작품 | 배역 | 장면의 결 |
|---|---|---|
| 인형의 집 | 노라(여) · 헬메르(남) | 순종하던 아내가 자기 몫의 삶을 요구하는 순간 |
| 유령 | 알빙 부인(여) · 오스왈드(남) | 감춰온 죄가 다음 세대에서 되돌아오는 공포 |
| 민중의 적 | 스토크만 박사(남) · 페트라(여) | 진실을 말한 대가로 고립되는 확신범 |
| 헤다 가블러 | 헤다(여) · 뢰브보르그(남) | 권태와 파괴 충동이 뒤섞인 냉소 |
| 페르 귄트 | 솔베이(여) | 원망 없이 평생을 기다려온 사람의 순정 |
이 중 노라와 헤다는 이미 유명해서 겹치는 지원자가 많다는 게 변수다. 같은 학교, 같은 시험장에서 노라의 인형이 아니라는 대목을 세 번 넘게 듣는 심사위원도 드물지 않다. 배역이 익숙할수록 남들과 다른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페르 귄트의 솔베이처럼 상대적으로 덜 다뤄진 배역이 오히려 유리할 때가 있다.
체호프의 인물이 감정을 숨기려 딴청을 피운다면, 입센의 인물은 정반대로 이미 정한 결론을 향해 논리적으로 밀어붙인다. 유령의 알빙 부인이 목사에게 남편의 외도를 고백하는 대목도 눈물로 시작하지 않는다. 사건을 순서대로 진술하듯 담담하게 풀어가다가, 마지막 문장에서야 감정이 새어 나온다. 이 순서를 뒤집어 처음부터 격앙되면 뒤에 갈 곳이 없어진다.
스토크만 박사나 헤다처럼 확신에 찬 인물은 더 위험하다. 대사가 논쟁적이라 밀어붙이는 톤으로 가기 쉬운데, 입센의 확신범들은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스스로를 설득하는 쪽에 가깝다.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근거를 하나씩 쌓아가는 편이 인물에 가깝다.
발췌 기준은 체호프 때와 같다 — 시작과 끝 사이에 인물의 태도가 한 번은 바뀌어야 한다. 입센은 장면 전환이 명확한 편이라 이 지점을 찾기는 체호프보다 쉽다. 대본 고르는 전반적인 기준은 독백 고르는 법에, 체호프와 비교해서 볼 사람은 체호프 독백 가이드에 정리해 뒀다.
작품별 배역과 전문은 비움스튜디오 독백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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